[론게 오리지널] 그라운드 위의 태양 4
- 익명_f2aa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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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날, 서준은 운동장에서 현우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둘은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쌓여 점차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더 큰 의지와 신뢰를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진짜 좋다.” 서준이 말하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우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그래서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아. 너랑 이렇게 걷는 것도 좋고.”
서준은 현우의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둘은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서준은 현우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 순간, 옆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서준은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걸음걸이가 점점 더 가까워졌을 때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보게 되었다.
“서준, 현우. 오랜만이네!”
서준은 그 목소리에서 익숙한 이름을 듣고 돌아보았다. 바로 박철우였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철우는 다소 변한 듯한 모습으로, 서준과 현우에게 다가왔다.
“철우?” 서준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응, 오랜만이지?” 철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준은 그저 평범한 인사처럼 생각했지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철우는 서준과 현우를 두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눈빛을 보였다.
“현우도 여기 있었구나. 좋은 날씨에 너희 둘이랑 이렇게 만나니까 좋다.” 철우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어딘가 여유로운 태도와 달리, 약간의 의도적인 느낌이 담겨 있었다.
“응, 그냥 산책 중이었어.” 현우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도 철우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조금 경계를 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아, 그렇구나. 나도 오늘 시간이 좀 남아서 여기서 잠깐 쉬고 있었어.” 철우는 잠시 멈추고, 서준을 한 번 더 살짝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럼 나중에 또 봐야겠다. 같이 놀자고.”
서준은 철우의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언가 어색한 기운을 느끼며 그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철우가 떠난 뒤, 현우는 잠시 말없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 좀 이상하지 않아?” 현우가 말했다.
서준은 그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
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냥, 오늘은 별일 없겠지?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서준은 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조금 더 조심해야겠어.”
둘은 다시 한 번 걷기 시작했지만, 그날 이후로 철우의 존재가 서준의 마음속에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그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철우의 등장은 그저 우연일까? 아니면 그가 뭔가 알고 있다는 걸까? 서준은 현우와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조금 더 조심하고, 더 신중히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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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서준은 철우와 자주 마주쳤다. 매번 우연히 만나는 것 같았지만, 그가 나타날 때마다 서준은 뭔가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 철우는 서준과 현우의 관계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 다른 의도를 느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서준과 현우는 수업이 끝난 후 운동장에서 가벼운 축구를 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공을 차고 있었지만, 그 순간 철우가 나타났다.
“너희 둘, 운동도 하네?” 철우는 운동장 밖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서준은 살짝 멈춰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응, 그냥 놀고 있었어.”
“그냥?” 철우가 비웃듯 말하며 다가왔다. “왜 이렇게 운동 잘하는데, 그냥은 아니지?”
현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냥 놀고 있는 거야. 너도 같이 할래?”
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난 좀 구경하는 게 좋겠어. 근데, 너희 둘 참 잘 어울린다.”
서준은 그 말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아무 말 없이 공을 다시 차기 시작했다. 현우도 그런 서준을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 했다. 철우는 그들의 반응을 보고도 한 발짝 더 다가왔다.
“혹시 둘 다 이런 식으로 자주 놀아?” 철우가 물었다.
서준은 대답하기 전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자주 함께 놀아. 뭐,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야.”
그 말에 철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뭐 특별한 건 없겠지. 다들 그런 거니까.”
서준은 그 대답에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철우의 말투가 점점 더 뭔가 다른 의도를 담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철우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떠날 때까지 둘은 무심히 축구를 이어갔다.
그날 이후로도 철우는 계속해서 서준과 현우를 따라다니며, 두 사람의 관계를 은근히 탐색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서준과 현우가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려 했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곤 했다.
“너희 둘, 오늘은 뭐 할 거야?” 철우가 또 물었다.
서준은 불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래? 나도 좀 같이 가도 돼?” 철우가 물었다.
“아, 그냥 우리 둘만 가려고 했어.” 현우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답했다. 그의 태도도 점점 예전보다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철우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기운을 확실히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우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결국 그들을 놔두고 떠났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아.” 현우가 서준에게 말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나도 느껴. 뭔가 달라졌어. 철우가 예전 같지 않아서 불편해.”
그 후로도 철우는 자주 서준과 현우의 일상에 끼어들었다. 서준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점점 더 철우의 존재가 그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아. 철우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현우가 말했다.
서준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도 조금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냥… 서로만 있으면 좋겠어.”
그들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바라보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철우의 등장으로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12
서준과 현우는 점점 철우의 이상한 행동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그들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철우는 언제나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그들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
어느 날, 서준과 현우는 동아리 활동 후 함께 학교 근처의 카페에 가기로 했다.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철우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더 이상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서준과 현우가 앉아 있는 자리를 향해 다가오며, 자리를 비워두지 않으려 했다.
“너희 둘 이렇게 있을 줄 알았어. 괜찮다면 나도 같이 앉아도 돼?” 철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 표정은 예전과는 달리 약간 위협적이었다.
서준과 현우는 불편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현우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철우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우리 둘만 오기로 했어. 미안.”
철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너희 둘의 시간이 중요하지. 내가 괜히 끼어들어서 미안.”
하지만 그 미소 속에는 다른 의도가 섞여 있었다. 철우는 그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엇인가 계획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저녁, 서준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핸드폰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철우에게서 왔다.
“너희 둘, 나쁜 일 생길 거야. 내 말 믿어.”
서준은 그 메시지를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현우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현우야, 오늘 철우랑 있었을 때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그가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응, 나도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어. 근데 왜 갑자기 그런 메시지를 보냈지?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그들은 철우가 보내온 메시지를 두고 더욱 불안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서준은 또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 이번에는 동영상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동영상을 열어본 서준은 눈을 의심했다. 영상 속에는 서준과 현우가 학교 뒤편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 순간, 서준은 숨이 턱 막혔다.
“이게… 어떻게…?” 서준은 손이 떨리며 영상을 멈췄다.
“철우…”
현우는 그 영상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그 놈이 찍은 거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서준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그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 그는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현우는 불안해하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 사이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거네. 철우가 뭔가 계획하고 있을 수도 있어.”
두 사람은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준은 동영상을 지우고, 철우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너 그게 무슨 짓이야? 왜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몇 분 후, 철우가 답장을 보냈다.
“그냥… 너희 둘이 조금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뭐 어때서?”
서준은 그 메시지를 보고,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철우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했다.
13
철우의 협박은 계속해서 현우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의 말과 행동은 단순한 빈말이 아니었고,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현우는 갈수록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서준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철우의 위협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서준에게 실질적인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루, 현우는 서준과 함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멈춰 섰다. 그는 그가 해야 할 말을 준비하며 깊은 숨을 쉬었다. 서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현우?” 서준은 그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묻기 위해 다가갔다.
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서준아, 우리… 헤어지자.”
서준은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얼어붙은 듯 했다. “뭐…?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서준은 목소리가 떨리며 물었다.
현우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철우가 우리 관계를 알게 됐고, 그가 나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어. 내가 만약 너랑 계속 있으면, 너에게 큰 위험이 올 거야. 나는… 나는 널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서준은 그 말을 듣고서야, 모든 일이 명확해졌다. 그동안 현우가 변화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서준은 숨을 크게 내쉬며,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그래서… 나랑 헤어지기로 한 거야?”
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 “응. 너에게 더 이상 위험이 닥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내가 너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미안해.”
서준은 고개를 젓고,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현우… 너 왜 그런 결정을 했어? 우리는 이겨낼 수 있었잖아, 함께.”
“미안해, 서준아. 하지만 내가 널 지키는 길은… 이렇게 하는 거야.” 현우는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서준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는 정말로 서준을 떠나야만 했다.
서준은 그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동안 함께 쌓아온 모든 시간이 스쳐 지나가며, 그가 느꼈던 감정은 혼란스러웠다. “그럼 나랑 다시 만나지 않을 거야?” 서준은 애절하게 물었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차마 대답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는 서준을 남겨두고 걸어갔다.
서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왔다. 그가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 그가 결심한 일이었고, 서준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 현우와의 모든 순간들이 떠오르며, 끝내 눈물이 흘렀다.
“왜 이렇게 된 거야…” 서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현우는 그토록 갑자기 떠나려 했을까. 하지만 이제 그는 그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현우는 철우와의 관계를 시작하면서도, 서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그가 떠난 이유는 단지 철우의 압박이었지만, 마음 속에서 서준을 다시 만날 날이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도 떨어지니 재미없어져서 내일 다시 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