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명작] 엄마와 버섯 카레
- 익명_72d7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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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회사에서 갖은 텀혐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탁기에서 막 꺼낸 이불이 어깨 위에 얹힌 것마냥 몸이 무겁다
[아들 저녁 뭐 먹을래?]
"나 카레 먹고싶어"
1시간 반 지친 퇴근길 끝에 만난 엄마의 카레. 씻지도 않은 채 옷꺼풀만 벗어던지고 앉은 밥상엔 쌀밥, 카레, 김치 한 종지
잘먹겠습니다
크게 뜬 카레엔 거무튀튀한 정체를 알아보기 힘든 무언가가 섞여있다
"엄마! 카레에 또 버섯 넣었어??? 나 표고 싫다했잖아!"
조금만 넣었어~ 버섯이 몸에 좋아
"아니 카레엔 아니라니까?? 넣을꺼면 양송이를 넣으라구 진짜'"
먹기 싫으면 옆에 빼고 먹어, 다 큰 애가 가리는게 많아
나는 카레 속 숨어있는 표고를 집요하게 골라낸다. 큰 놈 하나, 작은 놈 하나, 고기처럼 위장하고 있는 놈 하나... 싱크대에서 가져온 그릇 위를 점점 표고로 채워간다
엄마는 왜 맨날 버섯을 넣어.. 싫다니까
괜히 궁시렁거리며 카레를 먹는다
"아니 얘는 골라내라니까 진짜 싹 골라내고 먹네? 어머 아까워"
"나 버섯 안먹는다니까"
수저통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식탁 한 켠에 엄마가 숟가락을 들고 앉는다. 걸러진 표고가 담긴 그릇을 앞으로 가져와 먹기 시작한다
우물우물 -
"그걸 왜 먹어 그냥 버려"
"이게 제일 맛있는거야, 너가 아직 몰라서 그래"
우물우물 -
버섯이 빠진 카레를 먹는다
버섯이 빠져 그제야 조화로운 카레를...
이유도 모르게 눈 앞이 흐려진다
우물우물 -
나는 버섯이다
나는 표고다
나는 오늘도 회사 무리에서 걸러졌다. 남자들의 무리, 여자들의 무리 모두가 편하지 않다.
우물우물 -
텀혐을 당한다. 내가 하는 화장이 조롱대상이 된다. 소개팅은 필요없지 않냐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
우물우물 -
내가 없던 자리에서 팀회식이 있었던 사실을 아침에서야 알았다.
우물 ...
나는 버섯이다
나는 표고다
눈물이 흐른다
엄마가 수저를 내려놓고 가만히 나를 보고있다. 엄마의 주름진 눈에서 걱정과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처럼 슬픈 표정이다
아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 아니 별 일 없었어 그냥 좀 바빠
다시 고개를 돌려 카레그릇을 쳐다보지만 눈에 들어온 카레는 그 형체를 색깔을 품은 신기루처럼 흐트리고, 일렁인다
힘들면 쉬어도 돼, 엄마가 그래도 자식시키 밥은 안굶겨
나는 표고다
엄마는 아들이 회사 나가서 없는거보다 백수일 때가 더 좋더라~ 심심하지도 않고
그래도 표고의 맛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눈 앞을 가리던 습막이 조금은 사라진다
"됐어~ 나 회사 안그만둬"
그렇다면 표고도...
카레에 들어갈 수 있다
언니 나도 뉴럽시절부터 성소게 명작들 많이 퍼와봤는데 여기년들은 그냥 한줄띡 무수리 어그로글이 더 효과적이라 별로 반응 없더라